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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정역 맛집 부뚜막 청국장 후기입니다^▽^
작성일시
2017-01-11 18:27:51

신정역 맛집, 부뚜막 청국장

 

 

총평: ★★★★


- 맛있고 정갈함. 메인 찌개도 맛있지만 밑반찬이 특히 괜찮다. 보리밥에다 여러 나물을 넣어서 비빔밥을 해먹게 되어있고 비빔밥도 맛있음. 문제는 순두부찌개랑 비빔밥 궁합이 잘 맞는지는 모르겠다. 각각이 맛있긴 함. 그래서 별 네 개.

 

실습생들이랑 점심 메뉴로 뭘 먹을까 하다가, 선생님들께 청국장집을 추천 받았다. 집에서도 청국장을 안 먹는데 무슨 돈 내고 먹으러 가냐며 질색팔색을 했지만 속는 셈 치고 가보기로 했다. 냄새 배는 것도 싫고 청국장 맛도 싫어서 가는 내내 투덜댔는데, 가게 인테리어를 보고ㅋㅋㅋㅋㅋ 모두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이야기함.

 

 

▶ 뭔가 잘나가는 동네 맛집st. 이 동네 사람이라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식당 느낌...

 청국장 먹기 무지 싫었는데 가게 외관 보고 추천해준 선생님들이 우릴 속인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추천이유1. 인테리어 괜찮음.


  나는 음식이 맛있어도 인테리어가 구리면 가기 싫다.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는 거 아니면 예쁘고 깔끔한 가게에 가는 편임.
  그런데 여기는 일단 전체적으로 가게 인테리어가 예쁘다. 보통 사람들이 청국장, 된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가게를 잘 꾸며두었다. 나는 내내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된장.... 메주.... 이런 거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래도 다 만화에서 봐서 알잖아여...?? 막... 장독대 있고... 천장에다 메주 걸어놓고... 막 대충 이런 이미지.... 암튼 뭘 생각했건 간에 그거 여기 다 있다.


 

장독대 있고요...? (진짜 쓰는 장독대인지는 모르겠음)

 

 




카운터 인테리어가 특히 쩔어줌. 조선시대에 소작농 최씨 할아버지가 손주 개똥이랑 함께 살았을 것 같은 그런 초가집 느낌. 올해 풍년이어서 옆에 늙은 호박들 널어놓고 위에는 조롱박 주렁주렁 열려있고... 가난한 살림이지만 올해는 개똥이 솜옷 한 벌은 사줄 수 있겠다며 훈훈한 마음으로 곰방대를 뻐끔거리는 최씨 할아버지... 구들장은 따뜻하고 방 안에 널어놓은 메주는 천천히 익어가는... 조선 백성의 평범한 하루가 문득 떠오르는 그런 인테리어... 저기 뒤에 카드 리더기랑 CCTV만 없앴으면 여기 진심 사극 세트장으로 써도 된다...(뻥)
암튼 그만큼 인테리어가 예쁘다는 얘기다. 컨셉에 충실함. “된장, 청국장 > 전통적 한국 음식, 향토적 > 그렇다면 조선시대 느낌, 시골 느낌으로 간다..!!” 이런 것 같다.

근데 생각해보니 좀 웃긴 건 가게 외관은 기와집인데 왜 들어오자마자 카운터는 갑자기 초가집인지 모르겠다. 흔한 사학과 4학년의 예리한 역사인식이 또 이런 곳에서 빛나버림...

 



인테리어 뿐 아니라 식기도 분위기에 한 몫 했다. 나무 탁자에 고동색 식기를 주셨는데, 이게 무척 정갈해보이고 전체적인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뭔가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게 느껴져서 가게의 호감도가 올라갔음.

 



메뉴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고 물 대신 숭늉을 주셨다. 숭늉 맛은 그저 그랬음.


  추천이유2. 밑반찬이 다양하고 맛있음.

 




여기서 잠깐 퀴즈: 메인 메뉴가 뭔지 맞춰보세염. 
답: 없다!!!!!!! 아직 메인 메뉴 안 나왔다!!!!!!! ★◉▽◉★!!!!! 아니 인테리어 얘기 구구절절 했지만 이 가게에 완죠니 넘어간 부분은 바로 여기였다.... 우이쒸 밑반찬이 너무 많아... 백반집 온 것도 아닌디... 나는 또 식당에 가서 나오는 밑반찬을 하나하나 다 먹어보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기 때문에, 저 많은 반찬들을 한 젓가락씩 다 먹어보았다.

좋았던 반찬들
- 낫토: 아니 여기는 낫토를 준다. 태어나서 낫토를 여기서 처음 먹어봄. 티비에선 많이 봤는데 뭐 일삼아서 먹어볼 일이 없으니까... 24년을 살면서 한 번도 못 먹어봤는데 여기서 주셨다. 저 쌈채소 위에 올라가 있는 게 낫토임. 쌈장 옆에 콩 같은 거. 신기해서 막 먹느라 사진은 못 찍었음.
- 감자조림: 감자조림은 그냥 원래 다 맛있는 거니까
- 콩비지에 톳(?!) 같은 걸 무친 것: 사진에 보이는 흰색 반찬이다. 콩비지에 오독오독한 식감의 나물을 무친 것 같은데 뭔진 모르겠음. 저거 너무 맛있었다. 고소하고 담백한 게 너무 맛있어서 저 두 접시 내가 다 먹었당.
- 잡채: 잡채 맛은 그냥...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바로 그 맛이었는데... 그냥 반찬으로 잡채를 준다는 게 너무 감사해서뤼...
- 고추장아찌: 우리 집 식구들이 고추 장아찌를 좋아해서 나는 여태껏 수많은 고추 장아찌를 먹어봤다. 거의 고추 장아찌 소믈리에임. 암튼 고추장아찌 소믈리에로서 평가해보자면 뭐 아~~~~주 맛있는 편은 아님. 그냥 달달하니 두어 번 먹기 좋은 정도? 근데 이건 내 눈이 높아서 그런 것도 있다. 내가 먹었던 고추 장아찌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건 내가 중딩 때 엄마가 친구한테서 얻어온 장아찌였는데, 지금까지 그게 최고존엄이다.

암튼 다른 것도 다 먹어봤는데 다 간도 괜찮았다. 멸치볶음도 맛있었음. 저 좋았던 반찬들에 끼워줄까 하다가 멸치볶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뺐다. 근데 다른 친구들은 멸치볶음이 맛있다고 했음.

 

 

  추천이유3. 메인 메뉴가 건강한 맛임.

 



  우리는 청국장1, 순두부3, 우렁된장1 이렇게 시켰다. 나는 순두부 시켰는데, 다른 메뉴들 맛이 궁금해서, 새 숟가락 하나 꺼내서 하나하나 맛 봤음. 청국장 싫어서 안 먹었는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청국장 전문점이라 그런지 청국장이 제일 맛있었다. 뭔가 진 느낌... 청국장이 진짜 맛있었음. 살짝 칼칼하고 냄새도 역하지 않고 간도 딱이었다. 한 숟갈 먹었더니 바로 밥 생각나는 그런 찰진 맛이었음. 너무 맛있어서 한 숟갈만 먹는다고 했는데 두 숟갈 떠먹었다. 나는 혼자서라도 다음에 청국장 먹으러 다시 갈 것 같다ㅋㅋㅋㅋㅋㅋ 우렁된장도 먹어봤는데 솔직히 내 취향 아니었음. 그래서 별로 기억도 안 난다.
  내가 매긴 순위는 우렁된장<순두부<<<청국장이다.

  순두부찌개가 맛있긴 했다. 그런데 내가 알던 그 맛은 아니었음. 내가 아는 맛은 우리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5000원짜리 순두부찌개의 자극적인 라면 스프 맛이다. 한참 자극적이고 짠 라면스프맛 순두부 찌개를 먹다가 나중에 입이 얼얼해지면 숨어있던 계란 꺼내서 반숙으로 익은 노른자 터트려서 먹는 바로 그 맛인데.... 여기서 파는 순두부찌개는 그 맛이 아니었다.

(왼쪽 하단이 청국장, 오른쪽 상단에 순두부찌개. 메뉴 나오자마자 먹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음.)

 여기서 파는 순두부찌개는 MSG를 안 쓴 건강한 맛이 났다. 나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해서 순두부찌개가 2% 정도 아쉬웠고 청국장이 더 내 취향이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어른들 모시고 오기에 정말 좋을 것 같았음.


  추천이유4. 보리밥 비빔밥이 맛있음.

 



  아니... 여기 정말 혜자인 게... 나는 진짜 순두부 찌개에서 2%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걸 정말 참회했다. 회개기도 해야 했음. 야채를 넣어서 고추장이랑 참기름 넣고 비벼먹으라고 알려주셨는데... 이게 진짜 맛있다. 짜증나게 맛있음.


내가 보리밥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꽁보리밥은 싫어함. 여기는 막 보리도 들어가 있고... 뭐지... 콩...(?) 콩은 아닌데.. 암튼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먹어본 잡곡밥 중에 제일 맛있었다. 거기에 야채랑 나물 넣고 고추장 넣고 비벼 먹으니까 진심 너무 맛있었다..... 한 숟갈 딱 뜨자마자 ‘아 사장님 만수무강 하셨으면 좋겠다’ 이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만수무강하시고요... 항상 건강하세요... 순두부찌개 제 취향 아니었지만... 제 취향 문제인 것 같고... 앞으로 취향 바꾸겠습니다.... 오래 장사해주세여....

 

 


가격은 이렇다. 안 그래도 여기 청국장이 큰 글씨로 써있었는데 내가 그걸 무시하고 순두부를 먹었음. 여러분 여기 가시면 청국장을 드세요. 청국장이 정말 최고존엄입니다. 나는 다시 가서 청국장이랑 콩국수 먹어볼 것임. 왜냐하면 내가 여기 밑반찬도 다 먹어보고 이것저것 다 먹어봤더니 이 가게 음식에 대한 무한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장님께서 콩으로 메주가 아니라 와인을 만드신다고 하면 그 때부터 와인은 포도가 아니라 콩으로 만드는 거다.

암튼 여기 맛있음. 사장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추천은 여기까지.

 



(+) 보너스: 여긴 과자도 판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가게에서 이렇게 끼워 파는 과자를 사본 적이 없다. 그런데 사봤음.
이유: 사장님이 파시는 건 다 맛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장님은 콩으로 와인을 만드시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나뭇잎으로 압록강을 건너는 그런 분이라고;;;;; 나는 다 먹고 나올 때쯤 부뚜막 청국장교의 신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과자도 샀다. 인절미 과자를 샀고, 한 봉지에 3천원이다.


과자는: 누룽지/두부과자/인절미과자 이렇게 세 개를 판다.

 



결과:
“에이 뭐야 그냥 그렇네... 그냥 인절미 가루 묻힌 쌀과자네... 입도 텁텁하구...”
“텁텁하니까 하나만 더 먹자...”
“....”
“.....?????”
하면서 복지관으로 걸어오는 동안에 다 아작 낼 뻔했다. 내 생각엔 저거 인절미 가루 아니고 코카인이나 대마초 뭐 이런 것 같다. 집 가면서 한 봉지 더 살 생각임. 우이쒸.... 암튼 저 인절미 과자는 무척 위험한 과자니까 살 생각 있으신 분들은 주의하세여. 그냥 인간 사료처럼 정신 놓고 먹으면 하루 종일 먹게 될 그런 과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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